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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나더 라운드: 누구에게나 그리운 젊은 날이 있다 (원제: Drunk)
    MOVIES 2022. 1. 26. 16:50

    Another Round 

    (Drunk)

     

    2022년 1월 26일 여의도 CGV

     

    조금만 미치면

    인생이 즐겁다

     

    안타깝게도 그 미칠 수 있는 자유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매우 제한되고

    관계와 일상의 반복은

    인생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있지만 외롭고

    자신이 하는 일도 그저 루틴일 뿐 의미를 잃은 지 오래다.

     

    한 때 반짝이는 젊음이 가득했고

    미래를 꿈꾸었으며

    인생의 고독과 외로움이란 없을 것만 같았던 그 시절은

    이제 과거의 한 단면일 뿐.

     

    누구도 나를 신경쓰지 않고

    애써 안부를 묻는 이들에게

    괜찮다는 말만 한다.

     

    그렇게 40대 50대에 들어선 네 명의 중년 남성들은

    한 가지의 실험을 하게 된다.

     

    인간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했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지고 보다 창조적으로 된다는 한 이론을

    실제 생활에서 적용해 보는 실험.

     

    무의미했던 그리고 의미를 찾지 못했던

    학교에서의 생활(이들은 모두 선생님)이 갑작스레 활력이 가득하게 되고

    교과서를 읽는 것에 그쳤던 수업에서도

    자신감과 즐거움이 넘쳐난다.

     

    하지만 모든 것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

    인생이 그렇게 만만하지도 즐겁기만 한 것도 아니다.

     

    어쩌면 미리 알고 있었던, 하지만 소심함으로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내 사랑하는 동반자의 비밀은 현실이 되고

    소중했던 것을 잃는 비극적인 경험도 한다.

     

    그렇지만 그것도 결국 인생의 한 부분.

    그저 받아들이고 그 동안 꼭꼭 숨겨져있던 나의 자유로움을 

    술 한잔에 내보이는 순간

    나는 비로소 진정한 내가 된다.

     

    개봉을 기다렸던 영화였지만

    생각보다 시간대가 맞지 않아

    계속 기회를 놓치다 오늘 비로소 극장에서 관람을 했다.

     

    사회와 관계에 찌든 

    지극히 외롭지만 외롭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중년의 네 남성과

    이들이 술의 힘을 빌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안쓰럽고 흥미로우며 즐겁다가 슬프기도 하고 비로소 안도로 이어진다.

     

    Mads Mikkelsen을 강렬한 악역으로 주로 기억하겠지만

    이 영화에서 미즈는 부드럽고 외로운 남성의 모습을 아름답게 연기한다.

     

    우는 것조차 실컷 울지 못하고

    눈가가 빨개지며 슬픔과 외로움을 표현하는 모습에 마음이 울컥.

     

    알고 있었지만(적어도 난 알고 있었다고 생각) 애써 외면했던

    사랑하는 와이프의 비밀이 사실로 밝혀지는 순간의 분노

     

    자신감이 없고 소심했던 역사 선생님으로부터

    카리스마있는 너무도 열정적인 선생님으로의 변화

    그 희열에 찬 얼굴이라니.

     

    매즈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시간이었다.

     

    친구들의 술 권유를 운전을 해야한다는 이유로 마다하던 마르틴(매즈)이

    보드카 한 잔을 들이키는 순간의 연출은 참으로 좋았다.

    가장 기억나는 장면이랄까.

    그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으니까.

     

    지루한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따라다니지만 실은

    매우 마음이 따뜻하고 

    소외된 다른 이들을 보듬어줄 줄 아는 그런 어른들.

    이 어른들이 그 동안에는 별 볼일 없는 사람들로 여겨졌다는 것이 슬프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매즈의 춤이라니.

    원래 전문 댄서로 약 십년간 활동하다 연기를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하더니

    역동적인 매즈의 춤과 가슴뛰는 동선을 관람할 수 있다.

     

    나의 철모르던 젊은 시절과

    미칠 수 있던 그 자유가 주어졌던 그 때의 내가 그리운 세대는

    아마도 더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을 그런 영화였다.

     

    술냄새나는 영화라는 평이 많은데

    난 술냄새가 난다기보다는

    어떻게든 이 지루한 현실에서 벗어나

    예전의 나를 찾고싶은,

    설령 그 방법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그 발버둥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술이 마시고 싶어지기보다는

    술이 주는 의미를 곱씹어보게 된다.

     

     

    별점:

     

     

     

    PS: 매즈 외 친구들을 연기한

    Thomas Bo Larsen(Tommy 역),

    Magnus Millang (Nikolaj 역),

    그리고 Lars Ranthe (Peter 역) 세 배우의 연기 앙살블도 참 좋았다.

    새로운 배우들을 알게되어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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