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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atman(2022)(더 배트맨): I’m VengeanceMOVIES 2022. 3. 3. 10:18
The Batman(2022)
Director: Matt Reeves
Casts: Robert Pattinson, Zoë Kravitz, and Paul Dano(소리질러!)
영등포 CGV 2022년 3월 2일
"I’m Vengeance"
누군가는 재력이 초능력이라고는 하나
일반적인 히어로들이 보여주는
탈인간계급의 능력 없이
너무나 인간적인 히어로인 배트맨.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히어로.
마블의 아이언맨과 함께 인간이지만 막강한 재력을 기반으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나
히어로서의 자신의 정체성과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더 외롭고 더 혼자가 되는 모습에서 히어로보다는
평범한 인간에 가까운 모습에
좀 더 마음이 가는지도.
배트맨이 보여주는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괴로움은
그 자체로 다크한 배트맨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기존의 배트맨 영화들에서 보여주었던 배트맨의 모습은
조금씩 다른데 이 영화는 크리스찬베일이 연기했던 배트맨의 서사,
즉 보다 적극적으로 히어로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자신이 고담에서 해야하는 역할이
브루스 웨인으로서의 역할과
배트맨으로서의 역할이 둘 다 모두 필요함을 인정하고
이 두 모습을 철저하게 유지해 내야 함을 결정하기 이전의 이야기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2022년의 배트맨이 단순한 '복수'의 역할을 벗어나
자신이 고담에서 해야할 일이 복수에 머물 수만은 없다는 것을 인정한 그 순간
배트맨은 브루스 웨인으로서 세상밖으로 나올 것을 결심했을지도 모른다.
브루스 웨인으로의 역할을 폄하하고 자신의 과거와 트라우마에 갇혀
그저 복수의 화신으로 살아갔던 과거와는 작별을 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
그 기대가 영화의 말미에서 아주 강렬하게 보여지기 때문이다.
배트맨이 배트맨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기 이전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지 참으로 궁금하던 차에 이 영화는 딱 그 시점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가 이제껏 봐 왔던 배트맨 시리즈들은
모두 정체성이 확립된 이후의 이야기들인지라
그 해석은 다를지언정
배트맨의 초기 성년기의 이야기는 알 수가 없었다.
2022년의 배트맨은 바로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모의 죽음을 목격한 후 아직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완전히 속박된 상태로 살아가는 브루스.혼란 그 자체이자 자기혐오에 빠져 사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거대한 부와 책임을 뒤로 한 채
그저 분노와 복수로 가득찬 채 그림자 속에서 살아간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항상 복수만을 꿈꾸며 스스로를 그렇게 갉아먹으며 살아가던 차
배트맨을 찾는 연쇄살인마의 메세지에
고든형사와 함께 수사에 착수한다.
그렇게 진실에 한 발자욱씩 가까워지던 브루스.
진실은 밝혀지고(영화가 너무 초반이라 스포 방지를 위해 여기까지만)
자신이 믿어왔던 모든 것을 송두리채 흔드는 진실이었지만
브루스는 이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공고하게 하는 계기로 삼는다.
혼돈의 청소년기와 초기 성년기를 지나
비로소 자신의 역할을 깨닫는 브루스 웨인.
새로운 브루스 웨인이 그려내는 다음 배트맨이 너무나 기대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전개.
우리 모두 궁금했던 그 때의 이야기를 이 영화는
히어로물과 스릴러와 느와르를 섞어 아주 묘한 장르를 만들어 내어
관객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이 혼합정 장르가 이 서사를 전달하는 데 있어 얼마나 효과적인지
이 영화를 보는 순간 느낄 수 있다.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고담은 어둠의 도시다.
희망 하나 있을 것 같지 않은 어두운 도시.
빛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 도시에 끊임 없이 비가 내리고
이 비 속에서 살인이 시작된다.
알 수없는 수수께끼와 배트맨을 향한 초대.
아직 그저그런 자경단원 정도로만 취급받는 배트맨은
경찰들과 시민들의 냉대 속에서
그의 유일한 조력자 고든 형사와 함께 수사에 착수하고
이 과정은 마치 연쇄살인마를 쫒는 형사 이야기와 같은 형식을 취한다.
많은 이들이 비와 연쇄살인이라는 두 조합을 통해
데이비드 핀처의 세븐을 떠올리는 듯하다.
이 과정에서 조 크라비츠가 연기한 셀리나(캣우먼)를 만나게 되고
셀리나도 이 수사에 함께하며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화려하고 유려한 액션도 없고 히어로물에서 보여주는 대단한 카메라 워킹과 cg에 기반한
액션신이 가득한 영화가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보여지는 배트맨의 혼란, 그리고 그가 나아갈 수 있게 자극하는 셀리나,
배트맨에게는 father figure와 같은 알프레드(알프레드와의 관계는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모습이지만...)와 고든형사
이들의 조합을 통해 범인을 찾아가며
숨겨져 있던 고담의 진실을 밝혀내며 그렇게
배트맨은 배트맨이 된다.
숨겨져 있는 진실은 괴롭기 마련이지만
이 진실을 어떻게 마주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수 있음을 배트맨이 보여준다.
배트맨은 진실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고담시의 추악한 비밀을 피하지도 않고
그 안에서 맞서 자신의 역할을 찾기로 결심한다.마지막 물난리가 난 건물 잔해들 사이로
한 줄기 횃불을 들고
사람들을 이끄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클리쉐같기도 했지만
앞으로 자신이 나아갈 길을 비로소 깨닫게 된
배트맨을 보여주는 것 같아 인상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결국 이 영화는 배트맨의 성장기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러다보니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완성된 배트맨의 보다 완벽한 액션과 활약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
개인적으로는 성장의 고통을 이겨내는 혼란스런 청춘의 배트맨을
다뤘다는 점에서 이번 배트맨 영화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이 과정을 그려낸 로버트 패터슨의 연기도 괜찮았고.
온갖 사연을 모두 짊어진 듯한 파리한 얼굴과
축 처진 머리는 희망을 잃은 브루스의 모습이었고
셀리나를 향한 가면 뒤로 보여지는 눈빛은
첫사랑에 빠진 청년의 눈빛이기도 했다.
둔탁한 액션은 오히려 무게감이 있어 좋았고다듬어지지 않은 돌격 스타일의 액션은
넘쳐나는 열정을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청춘의 모습을 그려낸 것 같아
그것 역시 마음에 들더라.
배트맨의 등장과 함께 깔리는 묵직한 배경음악은
배트맨의 무거운 책임감을 표현하는 것 같아
배트맨의 의지가 강하게 발현되는 느낌이기도 했다.초기 배트카를 보는 듯한 엔지 소리만으로도 그 무게와 파워가 느껴지는
배트카의 등장에 속으로 환호를 질렀고
추격신이 화려하진 않았지만
오히려 그 화려하지 않음이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히어로의 미숙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 그 느낌도 좋았다.
(영화 내내 액션도 그렇고 아주 깔끔하고 다듬어진 느낌보다는
무조건 돌진의 느낌이 강한데 그 역시도 의도된 연출인 것 같다는 느낌)
조 크라비츠의 캣우먼은 박수치고 싶을 정도로 너무 잘 어울렸고
폴 다노(리들러)가 등장한 순간 개인적으로는 너무 기뻐서
속으로 실제로 소리를 질렀다는...
그치만 약간 과한 면이 없지 않아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폴 다노는 보다 냉기 넘치는 악역에 잘 어울리는데..
전체적으로 빌런역의 리들러가 과하게 그려지는데
배트맨 원작에서 워낙에 빌런들이 여러모로 캐릭터성이 과하기도 하고
이전 시리즈들에서도 그러한 기류가 이어졌기 때문이려나 싶기도 한데
새로운 배트맨이라는 점과
연쇄살인이라는 스릴러 장르를 활용했을 때
좀 더 냉랭하고 사이코패스적인
그런 빌런으로 리들러를 그려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본능으로 움직이는 그런 빌런이 아니라
이성적이고 차갑고 아주 똑똑한 그런 빌런.리들러 자체가 워낙에 배트맨 세계관에선 천재에 가까운 지능을 뽐내는 빌런인지라...
냉기 넘치게 조소 가득 사람들을 유린하는리들러였다면 스릴러로서의 공포감과 두려움이 한층 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어쨋든,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우려를 표했는데
그 우려따위 아주 보기좋게 날려버린 영화였다.
3시간의 긴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장면 하나하나 정성스러운 느낌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긴 러닝타임이 방해가 되지 않았다는 건 시나리오와 연출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 수 있는 대목.
캐릭터들에게도 하나하나 집중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전작에서도 좋은 연출 보여주었던 맷 리브스 감독은 여기에서도
훌륭한 연출가로서의 자질을 뽐낸다.
새로운 배트맨은 이렇게 탄생했고
이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가 왔다.
별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