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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
    MOVIES 2022. 2. 3. 16:13

    The Power of Dog (2021)


    Director: Jane Campion
    Stars: Benedict Cumberbatch, Kirsten Dunst, Jesse Plemons, Kodi Smit-McPhee

    “Deliver my soul from the sword; my darling from the power of the dog.”

    제인 캠피온이 돌아왔다.
    93년 the piano로 섬세하고 아름다운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제인 캠피온.
    그 후에도 몇몇의 영화를 연출하였으나
    워낙에 다작 감독은 아니다보니
    그녀의 영화를 손쉽게 자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참으로 반갑다.

    영화의 제목은 파워 오브 독.
    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인지 감을 잡기도 어렵다.
    성경 구절에 나오는 the power of the dog이란 제목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영화는 몬타나주의 황량한 대자연 속에서 세 남자와
    그리고 한 여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몬타나라는 지역의 배경은 영화를 보는 내내
    다양한 앵글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데
    왜 이 이야기의 배경이 이 지역이었어야만 했는지
    영화를 보면서 점점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곳이 아니었다면 이 절망감을 적절히 표현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다.

    풍족하고 풍요로우며 아름다운 곳에서는 

    인간 역시 여유와 관대함을 갖기 마련.

    이곳의 삶은 그러한 관대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광활한 이곳의 대자연은 따뜻하지 않다.
    풍요로움과 인자함의 자연이 아닌
    척박한 생존의 자연이 펼쳐진 그 곳에서는
    생존을 위한 강인함이 필요하다.

    주인공인 필(Benedict 분)은 이러한 황량한 대자연 속에서 필요한 아주 강인한 남성성을 온 몸으로 보여준다.
    모든 남성은 필을 따르고 표정, 말투, 자세에서 그는 자신감을 표출한다.그야말로 남자 중의 남자.

    강한 남성만이 리더가 되는 이 곳에서

    필만한 리더는 없다.

    그에비해 동생인 조지(Jesse Plemons 분)는 이곳보다는 도시에 어울릴법한
    남성성과는 거리가 먼
    그렇지만 부드럽고 섬세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곳이 아니었으면 신사다움의 그 모습에 많은 이들이 칭송을 했겠지만
    이곳은 신사다움보다는 강인함이 요구되는 곳이다보니
    모두의 웃음거리가 되거나 무시당하기 일쑤다.

    그렇지만 필은 동생 조지에 대한 애정이 매우 크고 아낀다.
    그러다보니 남자들은 속으로는 비웃을망정 조지를 받아들이고 일원으로 대한다.
    그 의도가 무엇이었던지 간에..

    (아마도 속으로는 엄청 비웃었을 터)

    이 영화에는 필과 조지 형제 외에 로지(Kirsten Dunst분)의 아들인 피터(Kodi Smit-McPhee분)가 등장하는데
    피터는 이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쩌면 조지보다도 더욱 더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살고 있다.
    깡마른 몸, 강인한 모습이 아닌 유약한 신체, 하얀 피부, 그리고 꽃을 조아하고 사람의 감정에 매우 민감한 피터.
    그야말로 이곳의 남성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그러한 모습.

    말 하나도 제대로 타지 못하는 피터는 

    그야말로 이 곳에서는 영원히 이방인일 수 밖에 없을 것만 같다. 

    이 영화는 이러한 서로 다른 세 남자의 모습을 몬타나라는 환경 속에서 그려낸다.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한 가지의 힘은 바로 필의 비밀.
    가장 강인한 필이 실제로는 가장 유약하고 섬세하며 슬픔과 외로움을 간직한 사람이라는 것.
    어쩌면 어렵게 쌓아온 부를 지키고 힘과 강인함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이곳에서 살아내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숨길 수밖에 없었을 것.

    동생이 없으면 잠을 편하게 잘 수도 없고
    온 몸을 잔뜩 웅크리고 조지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겉으로는 호탕하게 웃지만
    쓸쓸하게 파티 자리를 뜨는 모습.
    함께하는 농장의 남성들이 냇가에서 옷을 벗고 노는 동안
    필은 혼자만의 시간을 찾아 다른 곳에서 햇살과 자유를 느낀다.
    전 사랑을 잊지 못하고 (난 필의 첫사랑이었다고 본다. 단순 멘토는 아니었던 듯)
    그리워하지만 사랑이라 말하지 못하고 자신을 이자리에 있게 해준

    한 명의 히어로이자 멘토로서 그를 칭송하며 그의 용기와 서사를 이야기하며
    모두의 영웅이 될 수 있게 한다.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고
    '남성=강인함'의 로직만이 살아있는 이곳은
    필의 비밀을 들켜서는 안되는 곳이다.

    이렇게 자신의 비밀을 아주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던 필은
    피터에게 비밀을 들키자
    어쩌면 자신을 이해해줄 사람이 피터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때문이었을까
    쉽게 마음을 열고
    그 열린 마음은 결국 파국으로 이어진다.

    엄마를 사랑하고 엄마의 행복만을 바라는 피터.
    알 수 없는 싸늘한 표정의 피터는
    남들의 조롱과 멸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멸시는 온전히 감내하지만
    엄마에 대한 멸시와 무시는 참을 수 없다.

    엄마를 무시하는 필.
    피터에게 필은 동경의 대상이자 복수의 대상이 된다.
    그 시작이 복수의 의도가 컸다 하더라도
    (결국 복수가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필과의 거리를 좁히는 피터가 보여주는 모습은
    필을 일종의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도 했던 것 같다.
    마지막에 필이 죽고 필이 만들어 둔 가죽 밧줄을 침대 밑으로 숨기는
    피터의 모습은
    나에게는
    증거를 숨기는 모습이자
    그와의 추억을 기억하고자 하는 모습으로 보여졌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베네딕트의 연기는 그야말로 놀랍다.
    강인함, 연약함, 분노, 슬픔을 자유자재로 그려내고
    자신을 드러낼 누군가가 있다는 기대에 살며지 지어지는 미소나
    그 대상을 눈으로 몰래몰래 좇는 모습은
    그의 감정과 기대를 완전하게 느끼게 한다.
    이보다 더 적역이 있을까.

    Kirsten은 자신을 멸시하는 필의 시선을 이겨내지 못하고
    조지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심적으로 무너지며
    알코올 속에서 유일한 위안을 받으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커스틴의 연기 역시 놀랍고
    화장 하나 없이
    맨 얼굴로 슬픔과 좌절과 멸시 속에 무너지는 한 여성의 모습을 너무나 훌륭하게 보여주었다.

    보는 내내 광활한 몬타나의 모습은 이들을 더 외롭고 쓸쓸하게 만들고
    한 장면 한 장면 모든 것이 이유가 있고 존재의 의미가 명확하여
    제인 캠피온의 연출능력이 빛난다.
    배우들은 영화의 의미와 각 캐릭터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훌륭한 연기를 해내고
    배경으로 들리는 음악은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홀연히 받아들이게 한다.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남성성을 강요받는 문화에서 살아가야 하는
    남성들에 대한 흔하지 않은 따뜻한 시선의 영화라고 이해했다.
    오직 강인함 하나만이 인정되는 곳.
    이곳에서 내가 추구하는 삶은 그 내용이 무엇이던 관심이 없다.
    그저 이곳에 적응하고 맞춰야 하는 논리만 있을 뿐.

    피터의 입장에서 엄마를 괴롭게 하는 필은 아마도 the power of the dog이었겠지만
    필 역시 강요된 남성성으로 인해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없는
    또 다른 피해자일수도.

    어쩌면 진정한 the power of the dog은 남성성을 강요하고
    단일한 모습만을 인정하며
    어떠한 outlier도 수용하지 않는
    그 문화를 지칭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Masculinity라는 이름 하에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
    나의 본연의 모습을 죽이고
    남들의 시선에 맞추면 맞출수록 외롭고
    쉬 무너진다.

    또한 이 영화는 남성성뿐만 아니라
    남성적 논리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지 못했던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기도 한다.

    사회를 지배하는 하나의 논리.
    그것이 강요되었을 때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하게 되는지.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남들의 시선에만 맞춰야 하는 삶은 얼마나 공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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