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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듀얼(the Last Duel): 자기합리화의 비극MOVIES 2022. 2. 14. 08:52
the Last Duel(20210
Director: Ridley Scott
Stars: Jodie Comer, Matt Damon, Adam Driver, Ben Affleck
리들리 스콧.
필모를 보고 있노라면
이것이 과연 가능한 수준의 필모인가 싶을 정도의
작품 리스트를 보여준다.
단순한 다작이 아니라
21세기 최고 작품으로, 누군가에게 인생의 영화로 손꼽을만한 영화들이
수두룩 하다.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듯이
최근 굉장히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데
이 라스트 듀얼 이후 바로 하우스 오브 구찌를 발표하는 등
그야말로 감독 중의 감독.
그 위대한 감독이 매우 특이한 구조의 영화를 하나 들고 왔다.
때는 중세.
신의 이름이라는 허울 하에 야만과 어둠이 짙게 깔렸던 시대.
명예와 기사라는 이름으로 남성들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모든 논리와 인정은 그들의 뜻으로 이루어지던 시대.
이 영화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펼쳐진다.
앞서 영화의 구조가 특이하다고 언급하였는데
이 영화는 하나의 진실을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의 입장에서 기술한다.
결국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the truth는
여자(Marguerite)만이 알고 있고
두 남자는 우습게도 하나의 진실을 자신의 입장에서 왜곡하고 또 왜곡한다.
용감하나 무식하고 탐욕적인 남편 Jean은 자신을 헌신적이고 애정넘치는 남편이자
부인의 명예를 지키려고 자신을 희생하는
둘도 없는 남편으로 그린다.
기회주의적이고 비겁한 Jacques Le Gris는
자신의 짝사랑을 서로 간의 사랑으로
강간을 사랑의 확인으로 왜곡한다.
여자는 똑똑하고 현명하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시대 속에서
그 시대가 원했던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아내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굉장히 훌륭한 척을 하나
행동 하나 하나가 어딘지 모르게 어설픈 남편을 조용히 도우며
집안을 관리하고 경제적인 것도 정리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자신의 덕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상황.
모든 결정은 남편의 뜻으로 가능하며
애원해도 소용없다.
두 남자의 왜곡된 사고 속에서
그녀는 희생당하고
슬프게도 모든 억압과 비난과 조롱과 무시를 한 몸으로 이겨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 영화의 배경은 1386년.
영화를 보고있노라면 참으로 헛웃음이 나오는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인 장면들이 수두룩하다.
그만큼 이 시대는 이성이 지배하던 시대가 아니고
자기합리화와 비이성적인 신념만이 지배하던 시대.
이 속에서 이성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했던 그녀의 의지는 모든 이들의 경멸의 대상이 된다.
자신의 존엄을 찾고
진실을 찾기위해 어려운 길을 걷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남편의 태도, 재판장에서의 일들은 참으로 입에 올리기도 싫을 정도로 추잡하다.
"강간으론 임신을 할 수 없다."며
너도 즐겁지 않았느냐고 묻지 않나
다른 내연남을 감추기 위해 사건을 벌인 것이 아니냐는 재판관들.
당신이 말하는 것이 사실이냐고
침대로 끌어들인 것이 아니냐고 윽박지르고면서
재판장에서의 한 마디에 어이없는 질투를 보여주는
자신의 명예를 위한 결투를 부인을 위한 결투로 둔갑시키는 이기적인 남편.
그가 잘생겼다고 하지 않았냐며 너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친구
사랑이 죄는 아니라고 당신의 안위를 위해 남편에게 말하지 말라며
소름끼치게 내 사랑을 남발하고
우리는 사랑 앞에 무기력했을 뿐이라며 감히 '우리'를 입에 올리는 르 그리.
나도 강간을 당했었다며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그저 침묵을 원하는 시어머니.
그녀는 외롭다.
여성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는 것이
허용되지 않던 시절.
누굴위한 결투인지 알 수 없는 명목없는 결투가 벌어지고
그녀가 들려주는 진실의 여부와는 상관 없이
'신'이 선택한 승자만이
진실이 되던 시대.
마지막까지 "나는 진실을 말했다"고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지만
모든 것은 신의 뜻에 달렸다는 말에
참으로 허탈함만이 느껴진다.
리들리 스콧의 라스트 듀얼은
조소와 조롱의 시선으로 만든 영화.
진실과 이성을 추구하지 않고
진실을 들으려 하지 않으며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한 존엄함따위에는 안중에도 없던 시절.
자신이 믿는대로
생각하는 대로 모든 것을 왜곡하는 인간들.
신의 선택을 받은 줄 알았던 장이
신을 위한 전쟁이었던 십자군 전쟁에서 전사하는 아이러니라니.
악다구니만 남은 결투였을 뿐
신의 뜻따위는 없었다.
결투가 끝나고 모두의 환호 속에 장이 우쭐 댈 때
뒤에서 보이는 Margueritte의 얼굴은
지긋지긋하다는 얼굴.
장이 전사한 이후 재혼하지 않고
훌륭하게 살아냈다는 그녀의 후일담이
참으로 위안이 된다.
이 영화를 지금 내 놓은 것도
어쩌면 감독이 봤을 때 지금이라고 딱히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요새 벌어지는 많은 사건들을 보고있노라면
저 때나 지금이나 뭐가 다를까 싶다.
리들리 스콧이 만들었던 영화들을 쭈욱 보고 있노라면
따뜻한 시선보다는
디스토피아, 또는 어두운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일깨워주는 무엇인가가 있는데
이 영화도 그러한 감독의 시선을 이어받았다.
시대를 초월한 이야기를
멋드러지게 만들어준 리들리 스콧.
배우들 연기 좋고(맷 데이먼의 연기가 특히 좋았다.
여주도 프리가이에 이어 참 인상적인 연기를 했고 아마 앞으로 톱스타의 반열에 오르지 않을까...하는 생각.)
곳곳에 피식할 수 있는 포인트들도 꽤 되고
즐겁게 동시에 무겁게 볼 수 있는 영화.
일단은 여기에서 평은 마무리.
별점(아담 드라이버 참 좋아하는 배우지만
영화에서 잘생기고 매력적인 캐릭터인지라 여성들이 자꾸 잘생겼다고 하는데.... 그게 좀.....ㅋ..
저 시대에는 미남의 얼굴이었던걸까)